2018. 3. 14. 00:53 ☆☆단편 소설/간단썰
[지효종국]간단한 썰
뒷짐을 지고 한걸음 한걸음 걷는 지효는 바로 옆에서 주위를 살피는 종국을 힐끔여 보았다. 오직 게임에 대한 생각뿐일까 종국의 눈이 지효를 쳐다보는 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녀는 보일 듯 말듯 입술을 삐죽이며 바닥을 쓸듯이 걸었다.
“ 동맹 오랜만이니까 약속 지켜 오빠. ”
간만의 이름표 때기가 시작되고 일단 흩어지기로 한 두 사람인지라 지효는 뒤돌아서는 종국의 이름표를 꽉 눌러주면서 기억을 되감기 하였다.
- 지효. 이쁘다. 한마디 해주면 알려줄게.
- 뭐? 그게 왜 갑자기 듣고 싶은건데? 아- 알았어알았어. 이기면 해줄게.
다만 가볍게 지나간 예능적인 멘트를 종국은 기억하지 못한 듯 보였다. 오히려 눈을 크게 뜨며 지효가 배신이라도 할까봐 제 이름표를 방어하며 몸을 피했다.
“ 아 진짜? 우리 사이에 약속이 있었니? ”
배시시 올라가는 입꼬리와 살갑게 짙어지는 눈주름이 가슴을 설레게 했으나 그 안에 미움도 한아름 피어나는 듯 하였다. 조금 삐진듯한 지효가 커다란 눈을 부바리며 종국을 올려다 보았다.
“ ....상품 5대5로 나누는 거 ”
“ 7대 3 아니었냐? ”
“ 6대 4 ”
“ 오케이. ”
그렇게 엄지를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인 종국은 야밤에 도둑질 하는 사람처럼 수풀을 헤쳐갔다. 종국의 넓은 등에 달빛이 비췄다. 동맹을 하든 잠시 걸을 일이 있든 종국은 늘 먼저 앞을 걸어가곤 하였다. 그리곤 다른 남자 멤버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멀어지는 느낌을 받기 일수였다. 얼굴보다 더 많이 보게되는 그 등을 바라보는 건 생각해보다 외로운 일이었다.
레이스가 거의다 끝나갈 무렵. 종국은 지효를 등 뒤에 두고 재석과 대치하던 중이었으나, 한순간에 지효에게 이름표를 뜯겨버렸다. 어이없이 눈을 깜빡이는 종국이 입을 다물지 못했고 통쾌한듯 웃는 재석이 종국의 머리를 비벼대었다. 그앞에서 조금 미안해진 지효가 작은 두 손을 기도하듯 맞추었다.
“ 지효 너 ... 날 좋아하는 순간이 있긴 했니 ? "
“ 왜... 뭐? 이기면 장땡이죠 오빠. ”
“ 이래서 너랑 동맹맺는게 싫어. 내 마음만 상처받잖아. ”
종국은 생각했다. 결국 예상했던 대로... 그녀에겐 제 마음을 의도치않게 가지고 노는 장난일 뿐이었다고. 미리 예상하고 벽을 치기를 잘했던 걸까. 지효는 자신이 뜯은 종국의 이름표를 주인에게 정중하게 돌려주었고 그것을 힘없이 낚아채듯 받은 종국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아까보다 그의 등이 풀이 죽어보인다.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지효와 같이 동맹을 맺었을 때 기분이 너무 업되어 보이기도 하였다. 언제나 그렇게 장난같이 제 진심을 숨겼다. 두 사람 모두.
이쁘다는 말 ..해주고 싶었는데 .. 그런 방식으로 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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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효종국 의 연성 문장은 '등을 바라보는건 생각보다 외로운 일이었다.' 와 '넌 날 좋아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어.' 입니다. https://kr.shindanmaker.com/582666
뭔가 너무 좋은 문장이라서 써보기 시작했는데 써보고나니 왜썼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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